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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할 때 커지는 힘
우리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우리 삶을 바꿔야 한다.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한 청소년을 위해
서울시 에너지정책위원회 최원형 위원이 특별한 편지 한 통을 보내왔다.
글 최원형, 사진 배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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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우리 삶을 바꿔야 한다.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한 청소년을 위해
서울시 에너지정책위원회 최원형 위원이 특별한 편지 한 통을 보내왔다.
글 최원형, 사진 배주영

여러분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제 어릴 적 꿈은 세렝게티에서 스콜을 맞는 거였어요. 어릴 적 ‘동물의 왕국’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즐겨봤는데 배경이 아프리카의 대초원이었거든요. 동물원 우리에 갇힌 채 활력 잃은 코끼리나 기린을 보는 게 고작이던 제 눈에 들판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동물들이 얼마나 멋져 보였을까요? 그 멋진 동물들이 사는 세렝게티는 또 얼마나 근사하게 느껴졌겠어요? 갑작스레 스콜이 쏟아지면 거대한 바오밥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는 상상을 하며 언젠가 세렝게티로 가겠다는 꿈을 꾸었던 거죠. 스콜은 짧은 시간 동안 강하게 내리는 강풍을 동반한 비를 일컫는데요. 시원한 빗속에서 자유를 느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초원에 가고 싶다는 걸 그렇게 표현한 것 같기도 해요.

아프리카 초원에는 수명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 산다고 알려진 바오밥 나무도 있어요. 그런데 이 바오밥 나무가 쓰러지는 일이 최근 빈번하게 벌어져요. 기후 변화로 비가 내리는 시기가 늦춰지면서 수분이 부족한 데다 천둥 번개 등 익숙하지 않은 기상 현상으로 바오밥 나무가 죽는 것 같다고 과학자들은 진단합니다. 그런데 나무 한 그루가 사라지는 일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바오밥 나무 주변에서 살아가는 동물과 지역주민 들의 삶이 나무가 드리운 그늘부터 껍질, 뿌리, 열매에 이르기까지 무척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거든요.

인도의 하늘을 날던 새가 떨어졌어요. 스페인 세비야와 코르도바에서는 부화한 지 얼마 안 된 어린 칼새들이 거리 곳곳에 떨어졌고요. 새들이 맥없이 떨어지고 새끼 새들이 바닥으로 떨어진 원인은 모두 ‘폭염’이었습니다. 인도는 아직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인 3월부터 기온이 오르면서 섭씨 50도가 넘는 폭염이 닥쳤습니다. 견딜 수 없는 폭염에 새들이 탈진하며 떨어졌던 거죠.

칼새는 주로 건물 지붕 아래나 외벽, 첨탑 등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쳐요. 스페인에선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건물이 달궈지면서 건물 안에 있는 새 둥지까지 달아올랐어요. 날개가 채 돋지 못한 새끼 새들이 오븐처럼 뜨거워진 둥지를 견디지 못하고 벗어나려다 떨어져 죽었고 새 사체가 거리 곳곳에서 발견되었던 겁니다. 칼새의 습성이 초래한 비극이라고 해야 할까요? 오랜 시간 그 지역에서 칼새를 관찰해온 이들에 따르면 여름이 한 달가량 빨라지면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진다고 해요. 스페인의 칼새 소식은 기후 시스템이 뒤죽박죽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여주는 끔찍한 사례입니다.

비가 연일 내리던 6월 어느 날 길에서 새끼 참새 한 마리를 발견했어요. 어쩌다 둥지에서 떨어진 건지 아직 날 수도 없는 어린 새는 길바닥에서 어미를 애타게 찾고 있는 것 같았어요. 폭우에 온몸은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고요. 약속 시간이 다 되어 마음이 급했지만 그대로 두면 길고양이에게 당할 것 같아 일단 높은 곳에 올려줘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깃털 있는 동물을 못 만지는 저는 쓰고 있던 우산으로 새를 담으려 했는데 그 와중에도 어린 새는 우산을 피하려 애를 쓰는 거예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행동이었어요. 그때 제가 느낀 건 생명 가진 모든 존재는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거였어요. 내 안에서 연민의 마음이 용기를 내도록 도와주었고 마침내 두 손으로 새끼 참새를 감싸 길고양이로부터 안전하고 비도 피할 수 있는 곳에 올려놓았어요.

돌아서면서 비를 피한다 해도 쏟아지는 빗속에 과연 어미가 먹이를 물어다 줄 수 있을지 생각하니 눈이 뜨거워지더라고요. 이미 비에 흠뻑 젖어 체온도 떨어졌을 텐데, 그 새를 데려와 돌봤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자책도 일었고요. 며칠이고 이어지는 폭우에 새들은 먹이를 구할 길이 막막해집니다. 해서 새들이 새끼를 기르는 시기에 오래도록 비가 내리면 어미조차 새끼 기르기를 포기한다고 해요. 야생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은 온몸으로 변해가는 기후와 맞닥뜨려야 합니다.

탄광의 카나리아를 알고 있나요? 석탄을 캐는 탄광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로 광부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자꾸 발생했어요.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의 기체여서 중독되기 전에 알아차리기란 어려워요. 그런데 몸집이 작은 온혈동물은 대사활동이 빨라 인간보다 유독 가스에 더 예민합니다. 그래서 고른 게 노란 깃에 예쁜 소리를 내는 새 카나리아였어요. 카나리아가 횃대에서 떨어지면 광부들은 그곳을 탈출하라는 신호로 읽었다고 해요. 전자 센서가 발명되던 1986년까지 카나리아의 죽음이 인간의 목숨을 구해준 셈이지요. 그리고 이 여름, 폭염으로 새들이 떨어지고 있어요.

새들이 떨어지고 바오밥 나무가 쓰러지는 건 자연의 경고일 겁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지구를 탈출해 갈 곳은 없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기후 변화의 원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온실가스 배출원을 우리는 흔히 공장과 자동차라는 말로 눙쳐버립니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들은 최종적으로 우리의 소비와 닿아있습니다. 약정 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새 스마트폰으로 갈아치우기를 반복하는 동안 새들은 계속 떨어져 내릴 겁니다. 아마존 열대우림을 불 지른 자리에 더 많은 콩을 재배하고, 그걸 먹은 가축의 고기를 즐길수록 기후 시스템은 더 망가질 테고요. 맹그로브 숲을 없애고 들어선 양식장에서 기른 새우를 먹는 동안 더 광폭하게 기후 시스템이 우리를 위협해 마침내 우리는 절멸의 가장자리까지 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절벽 아래로 떠밀려가고 있는 무수한 생명에게 연민의 마음이 일던가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기후 위기를 극복할 자세를 이미 갖춘 거예요.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이 저는 연민의 마음이라 생각하거든요. 2020년 말부터 극심한 가뭄으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어느 지역 사람들은 먹을 게 없어 야생의 열매를 먹고 그도 부족해지자 진흙으로 연명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자기 목소리와 자리를 가질 수 없는 수많은 목숨이 스러져가는 일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이 지금은 절실한 것 같아요.

기후를 망가뜨리는 데 앞장섰던 기성세대로서 여러분에게 기후 이야기를 할 때면 많이 미안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여러분에게 편지를 쓰는 까닭은 기후 위기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구성원이자 위기를 극복해야 할 공동의 운명을 지녔기 때문이지요. 지금 지구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애써 숨기고 막연한 낙관으로 위로를 하진 않을 거예요. 때론 너무 막막하고 비극적인 생각이 제게 엄습할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도망치진 않으려고요. 그래서 여러분에게 이렇게 편지를 띄웁니다. 지금 당장 우리 삶을 바꿔보자고요. 사랑의 마음으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생명을 붙잡고 더 이상 희생을 치르는 목숨이 없도록 내가 먼저 내 삶을 바꿔보자고요. 여러분과 제가 같은 꿈을 꾸면 좋겠습니다.

최원형 선생님은

연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잡지사 기자와 EBS, KBS 방송 작가로 일했습니다. 서울시 에너지정책위원회에서 에너지 시민협력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환경과 생태 쫌 아는 10대>,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선생님, 기후위기가 뭐예요?>, <착한 소비는 없다>,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 <최원형의 청소년 소비 특강>, <왜요, 기후가 어떤데요?>, <10대와 통하는 환경과 생태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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