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월드ON

9시 38분. 한국의 환경 위기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입니다. 지구 종말을 의미하는 12시를 향해 환경 위기 시계의 초침이 똑딱똑딱 무섭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구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지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종을 거듭하며 몇 년째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인간이 야생동물, 즉 자연의 영역을 침범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앞으로 닥칠 위기들에 비하면 예고편에 불과합니다. 이제는 기후 환경 문제를 지식의 차원이 아닌 행동의 차원으로 옮겨야 할 때입니다. 말로는 돌멩이 하나도 옮길 수 없듯 많이 아는 것만으로는 소용이 없습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청소년들

최근에 읽은 책 중 영국 여행작가 벤 러윌이 쓴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어요>가 생각납니다. 이 책은 23명의 환경운동가와 그린피스 등 기후 환경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을 소개한 책입니다.히말라야산맥 기슭에 사는 리디마는 숲과 동물을 사랑했습니다. 2013년, 거대한 홍수가 마을을 덮쳐 도로와 다리, 집이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과 동물들이 거센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소중한 터전을 잃었지요. 리디마는 홍수가 마을을 덮친 이유가 이상 기후, 그리고 건물을 짓기 위해 강의 둑을 허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이런 상황을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한 리디마는 아빠를 설득해 인도 정부를 고발했습니다. 9세 소녀가 환경 파괴를 고려하지 않고 건축 허가를 내준 인도 정부를 고소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국제 뉴스에 크게 보도되었고,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리디마는 기후 재난을 막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리디마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알렸고, 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것은 나이와 상관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2018년, 16세 소녀는 금요일마다 학교에 가는 대신 스톡홀름의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1인 시위에 불과했지만 소녀의 이런 행동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알려지면서 전 세계 학생들이 소녀를 응원하고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이 소녀가 바로 청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아래 사진)입니다. 그레타는 일주일에 한 번,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이는 무서운 속도로 뻗어나가 2019년 3월 15일에는 전 세계 140만 명 학생들이 그레타의 캠페인에 동참했습니다. 이후 그레타는 각국의 정치인, 청년 환경운동가 그리고 교황을 만나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자고 설득했습니다. UN 기후행동정상회의,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 등 국제회의에도 참석하여 어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2020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의 연설 중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해주세요.
지구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앞두고 있습니다.
부자 나라는 풍요를 권리처럼 누리고 있고, 세계의 권력자들은그동안 기후변화를 방관해왔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밝은 미래를 위한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어른들이 만든 난장판을 끝까지 책임지고 치워야 합니다.”

기후 문제 해결은
내 일상 내 행동으로부터

영국의 탐험가 로버트 스완은 지구의 가장 큰 위협은 ‘누군가 지구를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착각’이라고 했습니다. 즉, 기후 문제는 다른 누군가의 일이 아니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 당장 내가 행동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행동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구가 위험에 처했을 때, 가장 피해를 보는 대상이 미래를 살아나가야 할 어린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행동해야 어린이들의 미래를, 우리의 지구를 위험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리디마나 그레타 툰베리처럼 정부를 고발하거나 시위를 하는 것이 아니어도,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행동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거나 가까운 거리를 갈 때는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매일 실천하기 어려운 행동입니다. 그렇기에 아껴 쓰고 재활용하고 나누어 쓰는 습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의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이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환경재단은 시민, 환경 단체들과 함께 ‘지구 쓰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환경재단이 쓰레기를 줍고
맹그로브를 심는 까닭

필자가 몸담은 환경재단은 기후 재난을 막기 위해 다양한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지구의 쓰레기를 담는 ‘지구 쓰담 캠페인’을 매년 진행하고 있습니다. 넘치는 쓰레기로 오염된 도심과 바다를 깨끗이 청소하기 위해 풀뿌리 환경 단체들을 지원하고, 시민들과 함께 쓰레기를 줍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쓰담 활동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지구의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2005년부터 방글라데시 순다르만 해변에 맹그로브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맹그로브 나무는 탄소 흡수량이 일반 나무의 5배가 넘을뿐더러 해양 생물의 생활 터전이 되어줍니다. 지금까지 환경재단은 맹그로브 16만 그루를 심으면서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습니다.

환경재단이 심어온 맹그로브 나무는 16만 그루에 이른다.

행동하는 그린 리더가 되어주세요

하지만 필자가 42년 동안 환경운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힘써온 것은 어린이들을 ‘그린 리더’로 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린이는 배우는 대로 바로 실천합니다. 환경재단은 실천하는 그린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2012년부터 어린이환경센터를 만들어 교육, 캠페인 등 다양한 환경 관련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어린이환경센터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유스환경포럼’ 개최를 앞두고 있습니다. 유스환경포럼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자신들이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의 장입니다. 이와 함께 환경 전문가에게 기후변화 문제를 배우는 기회도 마련했습니다.

환경재단의 어린이환경센터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유스환경포럼을 연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유스환경포럼을 통해 리디마와 그레타 툰베리처럼 행동하는 그린 리더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는 9월 18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서울시청 잔디광장에서 미래 세대가 꿈꾸는 지구의 모습에 귀 기울여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