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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및 솔루션 기업 바이브컴퍼니에서 20년 넘게 빅데이터를 분석해오고 있는 송길영 부사장. 그는 소셜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읽고 미래의 흐름과 트렌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로 잘 알려져 있다. 송길영 부사장은 자신을 소셜 미디어라는 ‘광산’에 산재한 수많은 빅데이터 속에서 사람의 마음과 욕망을 캐내는 ‘광부’에 비유한다.

“빅데이터란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의미합니다. 많은 사람이 인터넷에 남긴 글과 이미지, 영상, 스마트 기기의 위치 정보 등의 ‘흔적’을 모두 포함해요. 그 데이터들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가 현재 어떤 형태의 욕망과 합의를 통해 생각을 맞춰 나가는지 알 수 있죠. 그중에서 제가 주목한 건 소셜 빅데이터였어요. 소셜 미디어 속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마음, 욕망을 연구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치관 변화나 새로운 형태의 시대정신을 발견해왔어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을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명명하기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캐는 마이닝 마인즈(Mining Minds)라고 정의합니다.”

송길영 부사장이 빅데이터 전문가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 그러나 빅데이터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부터 그가 몸담고 있던 다음소프트(바이브컴퍼니의 전신)는 이미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인사이트를 도출해내는 전문 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2000년 회사 설립 시기가 마침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삶을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공유하기 시작하는 시점이었어요. 소셜 미디어에 사람들이 남긴 비정형 형태의 일상적 기록에 대해 연구하면서 그 안에 들어있는 패턴을 보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20년간 동영상, 이미지, SNS, 뉴스 피드와 커뮤니티 댓글 등 광범위한 데이터를 읽고 해석해왔는데요. 어느 순간 빅데이터라는 키워드가 등장하면서 여기저기서 저를 빅데이터 전문가로 부르더라고요.”

그는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의 욕망을 관찰하던 중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음을 깨달았다. 데이터의 가치는 해석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는데, 컴퓨터학 전문가로서 지닌 지식만으로는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 패턴을 읽어내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 데이터의 표면만 보고 그 속의 실체를 보지 못한 채 연구자의 주관과 상상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데이터 그 자체는 굉장히 모호해요. 데이터에서 가치를 발견하려면 데이터를 남긴 사람의 의도를 파악해야 해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는데, 저 혼자 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데이터가 내포한 인간의 욕망과 사회 변화를 해석하려면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종교학, 철학, 경제학, 역사학 등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사람들은 대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면 이걸 컴퓨터가 자동 학습해서 결과를 내놓는다고 생각하지만,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선 특정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데이터를 볼 것인가, 그 맥락을 이해해야 해요.”

데이터를 깊이 있게 분석하려면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송길영 부사장이 함께 연구하는 팀은 컴퓨터공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을 배경으로 하는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함께 연구 주제를 선정, 데이터를 얻어 살펴보고 트렌드를 발견하면 그 이면에 숨겨진 사람들의 욕망이나 마음에 대해 논쟁도 서슴지 않는다. 심리학, 철학, 사회학, 인류학 등의 분야 학자와 전문가를 만나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

“데이터를 해석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저희가 관찰하는 데이터는 인류가 처음 접하는 것들이거든요. 지금까지 이렇게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많은 데이터가 없었어요. 어떤 관점에서, 어떤 층위에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의 깊이가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생각을 듣고 함께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미래 유망 직업에는 ‘빅데이터 전문가’가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빅데이터 산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 교육에 대한 중요성 역시 대두되고 있다. 데이터 리터러시가 중요한 이유는 데이터가 산업, 정책 등 중요한 의사 결정의 단초로 쓰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양이 폭증하고 데이터 접근 및 분석을 돕는 서비스가 많아졌기 때문에 이제 삶이나 업무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사실 청소년들은 이미 데이터를 너무 잘 다루고 있어요. 학교에서 과제를 수행할 때 인터넷으로 텍스트, 이미지 등을 검색하고 재구성해서 글을 쓰고, 동영상을 제작해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해요. 그 결과물도 훌륭하고요. 다만 데이터 활용 이외에 자신이 만든 데이터를 공유하는 플랫폼의 작동 방식, 사용하는 서비스 이면의 알고리즘이 가질 수 있는 편향성과 상업성, 데이터 분석의 엄정함 등에 대해 배워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빅데이터가 일상이 된 사회,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송길영 부사장은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시대에는 학력이나 경력을 내세우는 전문가가 아니라 자기 일을 좋아하고 잘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빅데이터 전문가가 미래에 유망하다고 해서 막연히 꿈꾸기보단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해보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법을 배우라고 권했다.

“무작정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겠다고 하면 무슨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 목적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서 오히려 공부를 시작하기가 어려워요. 내가 꿈꾸는 세상에 대한 청사진을 먼저 그리세요. 내가 꿈꾸는 일이 우리 사회의 어떤 부분을 좀 더 나아지게 만들 것인지를 생각해보세요. 그 일을 찾았다면 추후 성공 유무부터 따지지 말고 ‘멋진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한 걸음 내디뎌보세요. 지금의 작은 발걸음이 미래의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낼 출발점이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