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반 멘첼은 유년시절 영화와 공연을 즐겨보던 아이였다. 그의 꿈은 배우였다. 하지만 연기에는 소질이 없었고 무대에 서면 몹시 긴장했다.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한 동안은 테니스에 심취해 테니스 프로 선수를 꿈꿨다. 그가 처음 본 브로드웨이 공연은 셰익스피어의 [베로나의 두 신사]를 각색한 작품이었다.
12살 무렵이었을 것이다.
“의상 콘테스트에서 우승해서 공연 티켓을 구했어요. 가정주부로 분장해서 당첨이 되었죠. 정말로, 그 작품은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이었어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내는지, 그 모든 경험이 얼마나 흥미로웠던지 매우 놀랐습니다. 공연에 너무 집중해서 누구랑 갔었는지조차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
공연이 끝난 후에도 여운은 가슴 속에 머물렀다. 그는 어렴풋하게나마 꿈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극작가가 된다는 것은 결정보다는 점진적인 발전에 가까웠습니다. 남동생이 죽은 후, 5살 때 처음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상심한 마음을 다루는 시였어요. 계속해서 시를 썼고, 아버지와 함께 스탠드업 코미디 소재를 썼습니다.”
18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는 첫 단편극을 썼다. 역시,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다룬 내용이었다. 상실은 사랑에 대한 기억을 남겼고, 사랑에 대한 기억은 창작욕으로 승화되었다. 그 후 그는 또 다른 단편극을 썼다. 그리고 극작이야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섬광처럼 깨우쳤어요. 극을 쓰는 일이야말로 제가 사랑하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죠.”
이후, 그는 단 한 순간도 글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손은 쉬고 있더라도 머리 속으로는 항상 글을 썼다. 관찰한 것으로도 글을 썼고, 생각한 것으로도 글을 썼다. 관찰도, 사고도 그에게는 곧 글쓰기였다. 가끔 밖에서 산책을 하거나 볼일을 봐야할 일이 생길 때도 머리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집에 돌아와 받아 적는 경우가 허다했다. 말하자면 그의 극작은 오랜 습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보통은 끝내야 할 일을 먼저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끝내야 할 일이 끝나기 전까지는 저를 괴롭히는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하지 않습니다.”
읽었거나 본 것들을 각색할 때 그는 즉시 떠오르는 순간들, 대사 라인, 이미지, 생각을 휘발되기 전에 그대로 글로 옮긴다. 이런 즉각적인 메모를 통해 처음의 본능적인 반응과 폭발적인 창의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이 마무리되면 그 주제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찾아 읽는다. 비웠으니 채우는 시간이다. 만일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써야 한다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창조하려면 더 많은 앎과 느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저는 순차적으로 작업하지 않아요. 순서를 정해놓고 그에 따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리 저리 생각하고, 당장 다루어야 하는 부분에 집중하는 편이 나아요.”
글쓰기의 압박에 시달릴 때일수록 생각이 자유롭게 부유하도록 놔두는 편을 선호한다는 그에게, 가장 좋은 동기부여는 놀랍게도 '마감일'이다.
“뮤즈같은 건 따로 없어요. 대개는 마감일이에요! 마감일이 정해져 있거나, 아니면 스스로에게 마감 기한을 정해주던가 하죠.”
모노플레이어가 아닌 멀티플레이어라서 좋은 직업 중에는 극 작가도 포함된다. '잠시 한 눈을 파는 것'이야말로 한숨을 돌리고 꽉 막힌 창작의 벽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는 한 번에 한 가지 이상의 일을 하는 경향이 있어요. 한 작품에 막혀있을 때, 다른 작품에 손을 댈 수 있는 거죠. 제 생각엔 그것이 작가의 벽을 부수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극을 가장 '극'답게 쓰기로 유명한 그가, 원작을 뮤지컬 극으로 옮기는데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콜라보레이션'이다. 극작, 음악, 그리고 가사의 훌륭한 콜라보레이션이 극의 완성도를 좌우한다는 게 그의 핵심이다.
“그 세 가지 요소가 모두 같은 목소리, 어조로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어우러져야만 해요. 그러니 뮤지컬 극을 쓰고 싶다면 꼭 당신이 사랑하는 작곡가를 찾으세요. 음악이 당신에게 영감을 주도록 해야 해요.”
[엑스칼리버] 극을 쓰면서도 그는 쉬지 않고 음악을 들었다. 때론 나지막이 속삭이고, 뜨겁게 분노하고, 비밀스럽게 고백하는 듯한 음악이야말로 지칠 줄 모르는 글쓰기의 벗이었다.
덕분에 [엑스칼리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었다. 보다 강력한 힘과 마법같은 흡입력을 싣는 쪽으로 말이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을 걸어왔던 작가가 견지하는 삶의 철학은 [엑스칼리버]의 노랫말, 주인공의 대사에도 잘 스며들어 있다.
“삶은 마냥 가볍고 즐거운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죠. 그 과정에서 힘든 자기와의 싸움도 해야 하고요.”
매번 다른 이야기로 사람들의 감정과 사고를 자극해 느낄거리를 제공해주고 생각해볼거리를 던져주는 것이 좋다는 아이반 멘첼.
“전 작가라서 좋습니다. 왜냐고요? 일단, 무거운 물건을 드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건 분명 장점이에요.”
농담처럼 말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작가는 무거운 물건을 드는 일이 아닐 뿐더러, 지금껏 갖지못한 시선과 마음을 사람들에게 장착해주는 사람이다. 작가로 살아 행복하다는 그는 여전히 한번도 써보지 못한 스토리를 꿈꾼다.
“극작이 매력적인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죠. 아마도 그들이 지금껏 느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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