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러/웹툰작가

"현용민 웹툰작가의
‘유잼’ 개그, ‘꿀잼’ 분투기"
네이버 인기 웹툰 [웃지않는 개그반]으로 웃음을 잃어버린 이들을 웃기고 울린 현용민
작가. 그가 털어놓은 만화가의 꿈과 꿈을 이룬 지금 치르는 전쟁, 그리고 앞으로 써내려
가고픈 이야기들.
글 임지영, 사진 전재호, 영상 연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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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용민 웹툰작가의 ‘유잼’ 개그, ‘꿀잼’ 분투기"
네이버 인기 웹툰 [웃지않는 개그반]으로 웃음을 잃어버린 이들을 웃기고 울린 현용민 작가. 그가 털어놓은 만화가의 꿈과 꿈을 이룬 지금 치르는 전쟁, 그리고 앞으로 써내려 가고픈 이야기들.
글 임지영, 사진 전재호, 영상 연스튜디오
“개그의 기본이 무엇인가?”
미친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한 왕진지 군에게 주어진 첫 번째 숙제. 웃음기 하나 없는 퍽퍽한 가정에서 자란 그에게 이 질문은 인생을 살 만큼 산 어른들의
‘도대체 왜 사는가’와도 같은 심오한 문제였다. 하지만 이게 웬 일인가. 평생 웃어본 적 없고 앞으로도 웃을 일 없을 것 같은 그가 개그반을 이끄는 주인공으로 성장했으니, 왕진지 군을 탄생시킨 현용민 작가가 웹투니스트의 꿈을 펼치려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숙제를 하나 던져준다.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한 자질은 무엇인가?”

전 국민을 사로잡은 담임네이터의 매력

20평 남짓 다세대주택 한 공간에서 스케치에 열중인 현용민 작가. 모니터 위로 ‘쓱쓱’ 펜을 몇 번 긁어내리더니 금세 익숙한 캐릭터가 완성됐다.
날카로운 턱선, 구레나룻의 마초적 매력과 더불어 앙증맞은 삐삐 머리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그 분, 담임네이터 마구철 선생님이다.

“ [웃지 않는 개그반] 캐릭터들은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오른 결과물은 아니었어요. 수염이 덥수룩하고 근육질의 마초적인 인물에게 여성스런 분홍색 발레복을 입혔을 때 재미를 느끼도록 창조했죠.

힙합에 심취한 흑인이 국사를 가르치거나 무당이 과학 선생님을 하는 등 엉뚱함과 반전을 통해 코믹함을 유발했어요.”
현용민 웹툰작가

[웃지 않는 개그반]이 연재되자 독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새 에피소드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9점 이상의 평점을 얻는 것은 물론, 독자들 사이에선 담임네이터 코스프레 놀이가 SNS를 통해 유행하기도 했다. 개그 프로그램에선 도발적인 담임네이터의 모습을 차용할 만큼 전 국민의 웃음코드로 자리 잡았고,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마구철의 의상을 따라하는 아이돌 그룹이 출현할 정도로 그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영웅 강철남
“[영웅 강철남]도 독자들에게 ‘빵’ 터진 작품 중 하나예요. 메이저 플랫폼에서 연재한 것이 아니라서 모르는 분들도 있지만 마니아들로부터 참 재미있다는 호평을 받았거든요. 강철남은 작가 데뷔 후 가장 먼저 인정받은 작품이라 제가 가장 아끼는 캐릭터이기도 한데, 뭐랄까 젊은 버전의 담임네이터라 보시면 돼요.”

[도대체 왜?인구단]도 현용민 작가의 대표적 실험작(?)이다. 80년대 유행했던 만화 캐릭터들을 한 자리에 모은 이 작품은 ‘달려라 모하니’, ‘독고턱’, ‘아기공룡 셋삼’, ‘겨털도사’ 등 마이너세계의 삐뚤어진 캐릭터들이 야구가 아닌 축구단을 결성하며 벌어지는 유쾌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현용민 작가 특유의 엉뚱한 웃음 포인트와 더불어 사회풍자가 담겨 있어 수준 높은 패러디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뷔 23년차, 만화가가 넘어야 할 벽은 계속된다

이제는 성공한 웹투니스트 반열에 오른 현용민 작가. 어릴 적 그는 내성적인 성격에 조용히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단지 좋아서 그림을 그린 그가 만화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열 살 때부터.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이 그렇듯 그의 부모님은 결사반대를 외쳤다.

“어린 마음에 그림을 좋아했으니 자연스럽게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은 굶어죽기 딱 좋은 일이 그림 그리는 것이라며 만화가든, 화가든 절대 돼선 안된다고 쌍수를 들고 만류하셨죠. 하지만 얼마 후 부모님께서 ‘용민이는 그림을 잘 그리니까 열심히 하면 훌륭한 만화가가 될 수 있어’ 하시는 거예요. 알고 보니 유명 만화가들의 성공 이야기를 TV로 보시고 저에 대한 가능성을 엿보신 것 같아요.”

부모님의 응원에 힘입어 현용민 작가는 열심히 그림을 그리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만화가게를 찾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섭렵하는 것은 물론, 90년대 당시 불법(?)이던 [슬램덩크], [드래곤볼] 같은 일본만화를 몰래몰래 탐독하며 그 특징을 연구하는 데 몰입했다.

서울예술대학 시각디자인과에 입학한 후에는 여러 공모전에 출품도 하고 출판사를 찾아다니며 작품을 보여줬지만 번번이 탈락, 만화가 지망생인 그에게 데뷔의 문턱은 높기만 했다.

“정말 자포자기한 심정이었어요. 가는 곳마다 퇴짜를 줄줄이 맞고 나니 상심이 클 수밖에요. 이번에도 안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별 기대 없이 출판사를 찾아가 만화를 보여드렸는데 덜컥 연재를 하자고 제안을 받게 됐어요. 2000년 만화잡지 [쎈]에 실린 [라맨]이 저의 첫 데뷔작입니다.”
현용민 웹툰작가
웹툰

흐뭇한 미소로 빛바랜 페이지를 넘기는 현용민 작가는 그때를 떠올리며 “또 한 번 넘기 힘든 벽을 만난 기분이었다”고 털어놓는다.

“만화가라는 직업이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불과 5회를 연재하면서 감당하기 매우 벅차다고 느꼈거든요. 마침 데뷔할 무렵 일본 유학을 고민하고 있을 때라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라도 얼른 연재를 끝내고 유학길에 오르기로 마음먹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잘한 선택이었어요. 많이 부족한 상태에서 계속 연재를 했다면 중간에 고꾸라지거나 독자들의 혹평에 더 이상 만화가로서의 삶을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철저한 자기관리,
창작의 고통을 이겨내는 비법

창작의 고통 앞에선 장사가 없다고 현용민 작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스스로 좋아해서 만화를 그려왔던 아마추어 시절과 직업 만화가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컸던 것. 일본 유학에서 기본기를 충실히 닦아 돌아온 그는 [무식아!], [럭키 고 해피], [평행우주]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중견작가로 거듭나게 된다.

“독자들의 반응이 좋을수록 신이 나고 더욱 열심히 작업하게 돼요. 그러나 반응이 신통치 않을 땐 의욕이 가라앉게 되고 그 시기가 오래되면 침체기를 겪을 수밖에 없거든요.

다른 작가들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운동이나 야외활동을 즐기기도 하는데, 저는 조용한 작업실에서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하면서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골몰하는 편이예요.”
현용민 웹툰작가

서울 송파구의 빌라 골목에 자리 잡은 현용민 작가의 작업실은 스물한 살 때부터 가족과 함께 살던 곳이다. 지금은 결혼해서 작업실 근처에 보금자리를 틀었고 부모님도 집을 마련해 한 동네에서 살고 있다. 그의 작업실은 30년 동안 거주해온 아늑한 집이기도 하며 만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온 힘을 쏟아내야 하는 전쟁터이기도 하다.

“매주 연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중압감이 매우 커요. 그렇다고 독자들의 반응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라서 온갖 악플을 이겨낼 수 있는 멘탈도 반드시 있어야 하죠. 조회수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웹툰작가들은 수입도 매우 들쭉날쭉해서 극도로 생활하기 힘든 상황이 오랫동안 계속되기도 해요. 만화가의 삶을 살기 위해선 첫째로 만화를 정말 사랑해야 하고, 둘째로 지치지 않고 그 삶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자기관리가 필요한 것 같아요.”
웃지 않는 개그반 현용민 웹툰작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끝없이 도전하세요”

포털 웹툰에서 활약하는 작가들의 삶은 왠지 유쾌하고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막연한 생각일 뿐 직업 만화가의 길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독자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직장인들보다 두 배, 세 배 고군분투하는 것’이 현용민 작가가 말하는 만화가의 삶이다.

“직업을 고를 때 가장 좋은 건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일이 다소 힘들어도 얼마든지 견딜 수 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청소년들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많은 것들을 경험하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웹툰작가가 된 지금, 현용민 작가는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만화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어 행복하다.

“웹툰작가라서 좋은 점이요? 아무래도 그림이 동반된다는 거죠. 그걸로 글의 수고를 조금 덜어주기도 하고 다양한 스타일의 이미지를 보여 주기도 하니까요. 슬램덩크의 마지막 장면에서 두 주인공이 하이파이브하는 장면처럼 글이 없어도 엄청난 감동을 줄 수 있잖아요.”

웹툰작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그가 주는 팁은 딱 하나, '스토리텔링을 즐기라'는 것이다. “이야기 풀어내는 걸 좋아해야 해요. 꼭 말을 잘 해야 하는 건 아니고, 글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으면 돼요. 요즘은 분업이 많아 그림만 그리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글을 효과적으로 풀어내는 능력이야말로 웹툰작가에게 꼭 필요한 자질일 겁니다. 이런 저런 스토리를 많이 써보세요. '완성'까지 이뤄내는 작품을 많이 만들어보세요. 웹툰작가라는 꿈이 어느덧 성큼 다가와 있을 테니까요.”

현용민 웹툰작가
  • 현용민 1974년생
  • 서울예술대학 시각디자인과 졸업
  • 1992년 대원 챔프만화대상 수상
  • 2000년 만화잡지 [쎈]에서 ‘라맨’으로 데뷔
  • 작품_무식아!, 영웅 강철남, 도대체 왜?인구단, 럭키-고-해피, 웃지 않는 개그반, 평행우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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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

  • 육일아시 2024.05.26

    선생님의 열정에 감동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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