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스페이스 프론티어 / 김현옥 KARI 연구원

뉴 스페이스 시대
인공위성 활용법
광활한 우주공간에 새로운 장이 열린다. 정부 주도로 이뤄지던 우주개발의
시대가 지나고, 새로운 우주 산업의 시대, ‘뉴 스페이스(New
Space)’시대가 도래한 것.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현옥 연구원에게
뉴 스페이스 시대 주목받고 있는 인공위성에 대해 들어본다.
글 김현옥, 편집 권내리‧김민지, 사진·영상 조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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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스페이스 시대 인공위성 활용법
광활한 우주공간에 새로운 장이 열린다. 정부 주도로 이뤄지던 우주개발의 시대가 지나고, 새로운 우주 산업의 시대, ‘뉴 스페이스(New Space)’시대가 도래한 것.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현옥 연구원에게 뉴 스페이스 시대 주목받고 있는 인공위성에 대해 들어본다.
글 김현옥, 편집 권내리‧김민지, 사진·영상 조혜윤
김현옥 KARI 연구원

잡월드ON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위성활용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공학박사 김현옥입니다. 여성과학자들의 권익신장과 사회적 기여를 위해 1993년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지난해 <처음 읽는 인공위성 원격탐사 이야기>라는 책을 펴낸 저자이기도 해요. 잡월드ON 독자 여러분에게 뉴 스페이스 시대의 인공위성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쁩니다.

올드 스페이스 VS 뉴 스페이스?

올드 스페이스 VS 뉴 스페이스?

‘뉴 스페이스(New Space)’라는 말, 요즘 많이 들어보셨죠? ‘스페이스(Space)’는 사전적으로는 공간이라는 뜻이지만 이 단어만으로 우주공간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미국의 달 탐사, 우주정거장 건설 등 우주공간에 진출한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죠. 그런데 이런 업적은 모두 정부 주도로 이뤄졌어요. 우주기술은 과학기술의 집대성이라고 할 만큼 물리, 화학, 수학, 전기, 전자, 기계,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예산과 시간, 인력이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부품이 점점 작아지고 호환성이 높아지면서 민간에서도 우주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인데버’ 처럼요. 예전에는 국가에서 선발하고 훈련된 우주인만 우주에 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인데버 같은 민간 우주선으로 일반인들도 우주에 갈 수 있게 됐어요. 아직은 아주 많은 돈을 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우주로 갈 수 있겠죠?

이렇게 정부나 국가가 주도하던 기존의 우주개발을 ‘올드 스페이스(Old Space)’라 하고, 최근에 왕성하게 성장하고 있는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산업을 ‘뉴 스페이스(New Space)’라고 부르고 있답니다. 해외에서는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리처드 브랜슨 등 뉴 스페이스 사업의 선구자들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정부의 역할과 비중이 큰 편이에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가우주개발을 주도하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그 이행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도 우주기술의 산업화를 지향하면서 국가 위성개발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있지요.

작아진 인공위성,
각광받는 우주산업모델로 떠올라

제가 여러분에게 얘기하고 싶은 주제가 바로 이 ‘뉴 스페이스’, 그 중에서도 인공위성에 대한 것입니다. 민간이 주도하는 여러 우주산업모델 중 인공위성을 활용한 사업이 주목받고 있거든요. 일론 머스크가 구상한 ‘스타링크’ 사업이 대표적이죠. 스타링크 사업은 소형 통신위성으로 지구 전체를 그물처럼 감싸는 위성통신망을 구축하는 사업인데요, 사업이 성공하면 지구 위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현재 미군에서 시범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2,000대 정도의 스타링크 위성이 활동 중이라고 해요.

이런 사업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인공위성을 만드는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20년 전인 2002년 발사한 유럽의 환경위성 엔비셋(Envisat)은 높이 10m, 폭 5m에 무게가 8톤이 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컸어요. 이렇게 크고 무거운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로켓도 커져야 하고 그만큼 기술도 어려워지고 비용도 비싸질 수밖에 없었죠.

환경위성 ‘엔비셋(Envisat)’(출처 : ESA),플래닛 랩스 소형위성 ‘도브(Dove)’(출처 : Planet Labs)

하지만 최근 인공위성은 사람이 손에 들 수 있을 정도로 작아졌어요. 2014년 미국의 플래닛 랩스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위성 ‘도브’는 가로, 세로 10cm에 길이가 30cm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기술이 발달해 위성을 작게 만들 수 있게 됐으니 제작도 쉽고 비용도 적게 들지요. 대형 인공위성 한 대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으로 수백 대의 소형 위성을 만들 수 있게 됐고, 소형 로켓에 실어 보내면 되니 적은 비용으로 발사도 할 수 있게 됐어요. 또 위성이 많아진 만큼 데이터도 많이 모이고, 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융합해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 서비스도 가능해집니다. 즉 민간기업이 위성을 독자적으로 제작, 발사해서 위성사진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서비스하는 사업이 생길 수 있는 것이죠.

지구 곳곳의 비밀을 밝히는 탐정, 인공위성 원격탐사

위성에서 찍은 지구 사진과 인공지능 기술을 융합한 공간정보 서비스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위성사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생각보다 많답니다. 오일탱크 지붕의 그림자 변화를 조사해서 원유 저장량을 알아내 유가변동도 예측할 수 있고요, 주요 항만에 드나드는 컨테이너 물량을 모니터링해서 그 나라의 제조업 경기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처럼 위성사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종류와 가치가 높아지면서 관련 산업이 각광받고 있어요. ‘지리공간지능(GEOINT: Geospatial Intelligence)’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지고 관련 스타트업 회사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브라질 Rio de Janeiro 정유공장 (출처 : KARI)
↑브라질 Rio de Janeiro 정유공장 (출처 : KARI)
중국 잔장시 석유화학 항구 사진 (출처 : KARI)
↑중국 잔장시 석유화학 항구 사진 (출처 : KARI)

이러한 인공위성 사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제가 연구하고 있는 인공위성 원격탐사에요. 인공위성 사진에서 단서를 찾아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을 밝히는 거죠. 사진을 단서로 수사하며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탐정처럼요!
우리나라는 현재 모두 8대의 인공위성을 운영하고 있지만, 위성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가 공간정보 보안규정이 있어서 정보 공개가 제한적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도 위성정보 서비스를 확대하고 활성화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민간기업에서도 위성정보를 활용한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공위성 연구자로서 앞으로 인공위성 원격탐사 분야의 성장과 발전이 기대돼요.

인공위성 원격탐사, 어떤 일이 가능할까

자 그럼, 인공위성 사진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최근에 삼척·울진에 큰 산불이 일어났지요. 우리나라 산불의 60%가 2~4월 사이에 일어난다고 해요. 건조한 날씨와 강풍, 그리고 나무 자체의 수분량도 적어서 불씨가 붙으면 금세 대형 화재로 번집니다. 2019년 4월에도 강원도에 산불이 나서 축구장 2,500개 면적을 불태우고 4,000여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습니다. 당시 현장에 870대의 소방차와 3,000명의 소방관이 투입됐고요. 이때 피해지역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아리랑 위성 3호의 영상입니다.

한가지 예를 더 들어볼까요. 위성사진으로 경제가 호황일지, 불황일지 경기 동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경기(景氣), 즉 경제활동의 호황이나 불황 정도를 가늠하기 위해서 활용하는 경기지표는 주로 기업이나 소비자를 대상으로 앞으로의 경기동향에 대한 의견을 설문조사하는 방식입니다. 당연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코로나19와 같이 예측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신뢰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이때, 위성사진을 이용하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경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물건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마트 주차장 사진으로 파악 가능해요. 경기가 좋다면 물건을 사러 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고, 어느 한 마트에 사람이 많이 모인다면 그 마트가 다른 곳보다 장사가 잘 된다는 걸 알수 있지요. 즉 위성사진을 이용해 마트에 주차된 차량의 변화량을 모니터링하면서 경기의 흐름을 읽고 투자에 참고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위성사진 한 장을 통해 숨겨진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은 정말 흥미롭고 재밌답니다.

아리랑3A호에서 촬영된 강원도 산불 (출처 : KARI)
↑아리랑3A호에서 촬영된 강원도 산불 (출처 : KARI)
마트 주차장 위성사진 (출처 : Orbital Insight)
↑마트 주차장 위성사진 (출처 : Orbital Insight)

‘뉴 스페이스’를 열어갈
‘뉴 페이스’를 기다리며

잡월드ON 독자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뉴 스페이스(New Space)는
뉴 페이스(New Face)를 필요로 합니다!”

저는 항공우주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원격탐사 전문가로 우주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항공우주 분야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우주법을 공부해도 좋고, 우주정책에 관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뉴 스페이스’를 열어갈 ‘뉴 페이스’를 기다리며

우주개발에 대한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해 줄 우주문학도 필요하고, 누구나 우주여행이 가능한 시대에는 다양한 모양과 사이즈의 우주복디자이너도 필요하고, 우주에 특화된 요리전문가도 필요합니다.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할 거라서 우리가 지금 생각할 수 없는 더 많은 직업이 생겨날 거예요. 그러니 너무 교과서와 시험준비에만 몰두하지 말고, 종종 서점에 가서 신간들도 뒤적여 보면서 세상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뉴 스페이스’의 시대를 열어갈 ‘뉴 페이스’를 만날 그 날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인공위성 원격탐사 전문가, 김현옥 박사님의 커리어 내비게이션

제 꿈은 세계여행이었어요. 글 쓰는 작가가 되어 세계를 다니고 싶었지요. 그런데 고등학교 때 국어성적보다 수학성적이 더 좋았던 터라 이과를 선택했어요. 조경학과에 진학해 수목학, 환경생태학, 토양학, 정원의 역사, 도시 및 국토계획, 설계기법 등 다양한 과목을 배운 것도 좋았지만, 답사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멋진 장소를 여행할 수 있었어요.
그때 여행자금이 필요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종이지도를 디지털화 하는 국가지리정보체계(NGIS: National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구축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게 계기가 되어 대학원에서 공간정보를 전공하고 인공위성 원격탐사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석사 졸업 후 서울연구원에서 생태도시 수립을 위한 비오톱(Biotop) 지도 제작 사업에 참여했고 도시생태학에 관심이 생겨 베를린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졸업 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입사를 계기로 귀국해서 지금까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인공위성 원격탐사 전문가, 김현옥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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